복지위
[서미화 국회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같은 중증장애인인데 … 혼자 살면 하루 13시간, 가족 있으면 5시간
같은 중증장애인인데 … 혼자 살면 하루 13시간, 가족 있으면 5시간
활동지원 시간 결정하는 '가구환경' 점수… 가족·동거인 여부가 시간을 절반 이하로 갈라
2026년 5월 기준 일상생활 전반에 지원 필요한 중증장애인 1만 7,293명 중 6,793명(39.3%)은 돌볼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가산 못 받아
가족이 돌봄 위해 직장 그만두면 점수 더 깎이는 구조… 가족이 돌볼수록 국가 지원은 줄어드는 '악순환'
서미화 의원 "돌봄 책임을 가족에서 국가로 옮기겠다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큰 진전… 활동지원제도의 대대적 개편도 논의해야"
장애인이 하루에 몇 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하는 조사에서, 같은 정도의 장애와 돌봄 필요도에도 불구하고 돌볼 가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서비스 시간을 절반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지원하겠다며 도입된 제도가 실제로는 가족이 있으면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은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와 함께 도입된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로 결정된다. 종합조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상생활 정도(기능제한) ▲직장·학교 등 사회활동 ▲혼자 사는지, 가족과 사는지, 승강기가 있는지 등 가구환경, 세 영역의 점수를 합산해 월 60시간(15구간)부터 480시간(1구간)까지 15개 구간 중 하나를 배정한다. 2026년 5월 말 기준 성인 수급자는 12만 6,998명이다.
문제는 세 영역 가운데 가구환경 점수의 비중이다. 가구환경 영역 중 가구특성 항목은 혼자 살거나 취약가구로 인정되면 36점을 부여하고, 그 밖에 가족과 함께 살면 가족이 돌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0점, 그 가족이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는 12점을 받는다. 이 점수 차이가 활동지원 시간으로 환산되면 격차는 그대로 시간 차이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에 요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능제한 점수가 360점 이상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상당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인 중증장애인은 1만 7,293명이었다. 이 가운데 혼자 살거나 취약가구로 인정돼 가구환경 36점 이상을 받은 사람은 1만 500명(60.7%)이었고, 나머지 6,793명(39.3%)은 이 점수를 받지 못했다. 가구환경 점수가 0점인 사람도 1,334명에 달했다.
서비스 시간의 극심한 격차는 현행 점수 산정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사회활동이 없고 1층에 사는 조건이 같을 때, 기능제한 점수 360점인 중증장애인은 혼자 살면 월 300시간(하루 10시간)을 받지만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가족이 있는 경우 월 120시간(하루 4시간)에 그친다. 430점이면 월 390시간(하루 13시간)과 150시간(하루 5시간), 500점이면 월 450시간(하루 15시간)과 180시간(하루 6시간)으로 갈린다. 일상생활 지원에서 동일한 필요도가 인정되더라도 돌볼 가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은 독거·취약가구인 사람의 38~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신청 단계에서 주민등록표 상 독거·취약가구로 신청했으나 불인정 된 경우도 적지 않다. 2026년 5월 기준 독거가구로 신청한 성인 수급자 4만 2,432명 중 1,568명이 ‘미해당’으로 분류됐고, 취약가구 신청자 2만 7,264명 중에서도 1,879명이 인정받지 못했다. 복지부는 주민등록표 상 함께 살고 있지 않더라도 국민연금공단의 현지 확인에서 다른 가족이 실제로 함께 사는 것으로 확인되면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불인정 사유로 실제 동거 외에 지자체 신청 접수 오류도 들었으나, 사유별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현행 산정식은 기능제한 점수가 높을수록 가구환경 점수에 따른 서비스의 가산 폭이 더 커지도록 설계돼 있다. 지원 필요가 클수록 더 많은 돌봄과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 역할을 가족에게 맡기는 구조인 셈이다. 소득·재산으로 부양 능력을 따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과 달리, 가구환경 점수는 돌봄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산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거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이 돌봄에 매달릴수록 지원이 줄어드는 역설도 확인된다. 가족이 직장에 다니면 ‘가족의 사회생활’ 12점이 인정되지만, 부족한 돌봄을 메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0점이 된다. 가족이 돌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순간 국가 지원은 더 줄어드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의 자립생활 보장과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고 종합조사는 그 목적에 따라 서비스양을 정하기 위한 절차인만큼, 장애인 가족이 돌봄에 종속되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현재의 기준과 극심한 서비스 격차를 발생시키는 점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미화 의원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로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서 국가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큰 진전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활동지원 시간은 여전히 가족이 있으면 줄어들고, 모자란 시간은 가족이 메우다 지쳐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 국가책임제라는 큰 전환이 장애인과 가족의 삶에서 체감되려면, 돌볼 가족이 있느냐가 아니라 장애인과 가족 모두가 존엄하게 사는 데 얼마나 지원이 필요한지를 봐야 한다”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의 가구환경 기준부터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 참고1 :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도입된 조사로, 국민연금공단 조사원이 방문해 장애인의 일상생활 기능제한(X1), 사회활동(X2), 가구환경(X3)을 조사·점수화하고, 합산 점수에 따라 월 60~48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15개 구간으로 결정함.
※ 참고2 : 가구환경(X3) 영역 배점 - 가구특성은 독거 36점, 취약가구 36점, 본인 외 가족의 사회생활(직장·학교) 12점, 가족 지원 가능 0점. 주거특성은 승강기 있는 2층 이상 2점, 승강기 없는 2층 이상 4점, 1층 0점. 최고 40점.
※ 참고3 : 기능제한(X1) 360점 - 성인 종합조사표 기준 총점 532점 중 360점 이상은 산정식에서 세번째로 높은 가중치(C계수 0.1453 이상)가 적용되는 구간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상당한 지원이 필요한 수준으로 추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