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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멸망합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해외한인동포들, 특히 2세들로 지칭되는 교포자녀들의 민족정체성 상실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다.


교포1세들과는 달리 거주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자녀들에 있어, 모국어를 습득하지 못하였거나 모국과의 교류경험이 없는 경우 민족정체성 확립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역대정부에서도 민족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교포정책을 추진해왔으나 계획했던 만큼의 결과는 내지 못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에 따라 박근혜 정부도 재외동포 자녀들에 대한 모국의 역사와 언어교육을 위한 한글교육 지원확대를 천명했으나 취임한지 9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획기적인 정책이나 가시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모국어 육큼 중요한 것이 없다.  사진은 11월 16일, 영국 런던 한국학교를 방뭉한 김성곤 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이 한글교욱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민주회의

정부가 재외동포들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만을 꼽는다면 단연 모국어교육일 것이다.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멸망한다.”고 했던 구한말의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말을 되**지 않더라도 모국어 교육은 동포들에게 민족의 얼과 정신을 심어주는 민족정체성 확립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부의 재외동포를 위한 한글교육과 민족교육에 대한 정책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한글의 세계화’를 빌미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한국어 교육예산은 한해 수백억 원에 이르고 있으나,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2100여개 한글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백억 원에 불과하다.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는 정책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최근 외교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1952년부터 2012년까지 조선적동포를 포함해 일본에 귀화한 재일동포 수는 35만 여명으로 90여만 명에 이르는 재일동포의 약 40%에 육박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귀화자 수도 문제지만 뉴커머를 제외하고는 모국어를 모르는 재일동포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재일동포들의 귀화가 우려되는 것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정체성을 완전히 버리고 ‘일본화’를 요구하는 일본의 동화정책에 이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젊은 중국동포(조선족)들의 급속한 중국(한족)화로 치닫고 있는 동화현상도 심각한 상태다. 연변자치주를 형상할 만큼 정체성을 유지해왔던 조선족들이지만 중국의 산업화와 한중수교 이후 한국진출, 중국내 도시로의 이동 등으로 조선족사회는 급속히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족학교의 쇠퇴로 인해 모국어의 상실 또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민족교육을 부르짖는 학자나 연구자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에 다뤄졌던 문제와 대안을 반복할 뿐 달라진 모습이 없다. 과거의 것에 지금의 현상만을 확인하는 수준이거나 ‘연구를 위한 연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재외동포 관련학자와 관계자들이 해야 할 일은 민족교육, 특히 모국어교육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예산증액을 강력히 요구하는 일이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자세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 한인회와 한인단체 관계자들 또한 모국 정치참여보다는 교포자녀와 차세대를 위한 모국어교육을 한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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