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민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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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엔 머리보다 가슴의 정치가 더 필요

한국정치를 늘 저만치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었던 일본거주 25년차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재외국민 투표법에 따라 일본 동경 한국대사관에 재외국민부재자 신고를 하고 지난 4월 2일 일본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를 멀리서만 지켜본 차원을 넘어 해외에서 한국내 연고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와 정당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젠 당당하게 대한민국 유권자라고 소개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유권자 중에서 오직 민주당을 사랑하는 자칭 골수당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일본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국민투표소에서 4.11총선 국외부재자 투표를 마친 일본 동경 거주 세계한민민주회의 자문위원 임원. 사진 왼쪽 두번째 부터  김달범  장영식  양동준  동경민주연합  공동대표.   © 동경 민주회의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민주당이 패배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치평론가들과 주요언론들은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명숙 대표의 사퇴의 변이 민주당 패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왜 민주당은 다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졌는지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특정 후보의 과거에 했다는 막말파문이 민주당의 중요한 패인이라고 분석하는 언론이 많습니다. 다른 각도에서는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지도력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은 한명숙 대표 이후 누가 민주당 당대표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언론들은 민주당이 차기 당권경쟁을 놓고 치열한 내부 싸움을 전개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한명숙 대표 사퇴이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과연 민주당 내부에서 어떠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지에 대해 언론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만 25년을 살았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판 내부의 이전투구 현장을 접해본 경험이 전부합니다.
그러나 밖에서 볼 때 특정정당 내부의 치열한 싸움은 일반국민들의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도를 크게 절감시킨다는 것을 압니다.
정당내분은 그대로 일반 유권자들의 식상함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논리의 신봉자로 이번 총선 이후 민주당 진로에 대해 몇 가지 고민하고자 합니다.
 
먼저 민주당은 왜 패배했는가 하는 원인을 찾아봅니다.
 
첫째, 지도부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분열상을 보인 것입니다. 한명숙 대표체제 출범직후 부터 어느 최고위원이 한명숙 대표에게 불만을 품고 회의에 불참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후 또 다른 최고위원도 자신의 불만을 회의불참으로 표현했습니다.
 
둘째, 야권단일화 논의가 지지자들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에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했습니다. 야권단일화 취지는 권력나눠먹기로 일반유권자들에게 노출됐습니다. 한명숙 대표 취임 첫날부터 통합진보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분나누기 협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어설픈 정치이벤트를 시작한 것도 야권연대의 취지를 크게 격하시킨 것입니다.
 
셋째,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정과 경선방식이 민주당 당력을 소모시키고 지지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후보공천 원칙이 실종되고, 무질서한 공천과정의 잡음 속에서도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후보들 사이에는 새누리당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자만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넷째, 정권을 심판하자는 선거 전략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체제 사이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하나로 묶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실패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주당의 분노와 외침이 과거를 털어버리고 미래로 가자면서 전국을 누비는 박근혜의 미소작전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입니다. 박근혜의 미소 속에 숨어있는 "나는 이명박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민주당은 잡아내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다섯째, 민주당은 총선운동을 했고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앞세워 대선운동을 함에 따라 총선이 대선에게 패한 것입니다. 이것은 박근혜 동선을 취재하는 한국 언론들의 시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봅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신문방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민주당은 전체적인 총선 기간에 단 한건의 감동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야권연대 과정, 공천심사위 구성과정,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정, 그리고 총선 운동과정에서 단 한건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의 생산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선거에서 감동과 표심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상대가 존재하는 선거에서 '감동지수'는 유권자들의 표심과 비례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머리로만 만들어진 정권심판 구호를 외쳤을 뿐 가슴에서 나온 감동의 외침이 전무했다는 것이 선거패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친박에 의한 친이 죽이기 공천'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한 새누리당 안에서는 만들어진 작은 감동 사례로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무성의 백의종군 선언이후 이어진 새누리당 낙천자들의 눈물겨운 백의종군 대열 합류선언이 보수층을 결집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사정은 어떠했습니까?
신임사무총장 교체소동, 구민주계의 공천소외 분위기 속에서 급조된 정통민주당의 화풀이 공천, 보이지 않는 손이 민주당 공천을 좌우했다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폭로와 최고위 사퇴소동,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놓고 공심위와 최고위의 막판 핑퐁게임, 관악 을에서 발생한 야권단일화 파기소동과 계파 몫 챙기기 등 민주당에서 만들어낸 뉴스에는 감동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민주당의 내부갈등이 연일 뉴스가 되고 있는 와중에 새누리당에서 만들어낸 뉴스에는 친박중진들의 낙천과 불출마 선언, 친이 중진들의 눈물겨운 백의종군, 필리핀 귀화여성 이자스민. 탈북자 출신 조명철씨. 탁구선수 이에리사씨 등의 비례대표 후보공천은 '정치적 중간층'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지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습니다.
 
유력차기 대권 후보라는 언론들의 조명아래 새누리당 박근혜위원장의 붕대감은 손과 미소가 '정치중간층'의 가슴을 향하고 있을 때 민주당은 한미FTA파기, 제주도 해군기지 백지화, 대학 반값등록금 등 머리에서 만들어낸 차가운 외침이 충돌한 것입니다.

새누리당 지역구 부산 사상의 손수조도 비록 지역구에서는 낙선했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을 갈 때마다 어린 손수조 후보를 챙기는 모습 그 자체가 정치이벤트가 되어 전국의 '정치중간층'을 박근혜의 미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선거는 정치적인 중간층을 잡느냐 놓치느냐 하는 것에서 결과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중간층을 잡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정치적인 중간층은 복잡한 논리보다는 단순한 논리, 머리 보다는 가슴에 먹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FTA를 파기해야 하고, 제주도 해군기지를 백지화해야 하는가를 정치중간층들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록 의석수는 차이가 나지만 보수와 진보정당이 얻는 지지표의 전체적 숫자의 차이는 없습니다. 민주당이 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놓고 전략적 실수로 과반의석확보에 실패했지만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 절반은 민주당의 논리에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총선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때문에 12월 대선이 기다려집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12월 대선을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특히 해외거주 민주당 골수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내분이나 갈등소식을 가장 싫어합니다. 감동적인 뉴스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감동 중에 제일 센 감동은 양보입니다. 양보 속에는 매우 높은 감동지수가 들어있습니다. 12월 대선을 위해 민주당은 첫 번째 고비를 넘어야 합니다. 이것은 한명숙 대표 이후 새로운 지도체제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이미 민주당이 한명숙 사퇴이후 새로운 당권을 놓고 또 다시 치고 박고 싸우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총선 후유증을 단시일에 치유하는 길은 당권을 놓고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감동적인 지도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모두가 선당후사를 말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진정한 선당후사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명숙 대표 이후 지도부 구성을 놓고 이전투구를 하는 순간 민주당의12월이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이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이전 투구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민주당 당사에서 "형님 먼저 아우먼저"의 양보의 감동의 뉴스가 밖으로 새어 나올 때만이 2012년을 점령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한명숙 대표 사임 이후 당의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냐, 아니면 대표대행체제냐 보다 더 좋은 것은 '양보체제'입니다. 상대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 주는 '양보체제' 만큼 당을 살리는 비법은 존재하지 읺습니다.
 
국민화합보다 당원화합을 먼저 해야하고, 이 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부 화합입니다. 지도부가 싸우고 갈등을 노출하는 것은 해당행위 그 자체입니다. 민주당은 이제 머리가 아닌 가슴의 정치, 감동의 정치를 연구해야합니다.
민주당 일을 저 만치 먼 곳에서 보는 것이 아닌 해외 유권자로, 해외 당원으로 드리는 고언입니다.

글쓴이 / 김달범
- 일본 동경 민주연합 공동대표
- 세계한인민주회의 자문위원
- 월드옥타 동경지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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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4월 15일 일본 동경 민주연합이 마련한 '한국 4.11총선 평가회"에서 김달범 대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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