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민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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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처리' '실력저지' 이제 그만 합시다



존경하는 손학규 대표님,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늘 “평화”를 외치던 제가 어쩌다 당내 평화를 깨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당을 살리려는 충정으로 드리는 말씀이니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FTA를 추진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나 몸으로 막고 있는 야당 의원님이나 모두 애국 애족하는 마음에서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정상적인 의회 정치라면 FTA에 대한 찬반을 최대한 논의하고 그 표결에 승복하되 여당이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고, 야당이 집권하여 잘못된 것은 고치고 또 다시 심판 받으면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것이 정도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의회 정치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민주당에는 두 가지의 주장이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ISD를 완전 폐기하고 재재협상 해야 한다는 ‘폐기론’ 과 한미 당국이 ISD 존폐와 제도개선을 협의하는 약속을 하면 실력저지 하지 않겠다는 ‘수정론’ 이 있습니다. 소위 최근의 협상파의 ‘절충안’은 후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많은 의원님들의 오해가 있는데) 10월 31일 의총에서 부결된 양당 원내대표간 합의 내용에도 ‘낮은 수준의 ISD 수정론’이었습니다만 우리의 ‘절충안’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ISD 수정론’으로서 ‘발효 직후 ISD 재협상의 약속'을 미국정부로부터 우리 정부가 국회 비준 전에 받아오는 것입니다.

손대표님이 주장하는 ISD 폐기론은 미국이 비준을 마친 입장에서 재재협상과 재비준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 주장은 결국 현재의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서 한나라당과 정부가 비준동의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민주당의 실력저지를 뚫고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라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동력을 상실하여 민주당이 실력저지하면 강행하지 못할 것이며, 그러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된 후 다시 재재협상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설사 우리가 내년에 집권하여 미국과 FTA를 재재협상한다고 합시다. 그 때 우리가 ISD 폐기를 주장하면 미국도 무엇인가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우리 민주당의 당론은 “FTA 총론 찬성, 각론 (독소조항) 반대”였습니다. 그러나 FTA를 아예 하지 않으면 모를까 상대가 있는 FTA를 추진하면서 우리만의 큰 이익을 챙길 수는 없고, ISD 폐기를 얻어 내면서 다른 부분의 큰 손실을 또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손대표님의 ISD 폐기론은 한미FTA 자체가 필요없다는 민노당의 입장과 더 가까워 보이고 “FTA 총론찬성, 각론반대”라는 종래 우리 민주당의 입장과는 오히려 더 멀어보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번에 실력저지하면 그 업보 때문에 내년에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집권을 한다고 해도 그 때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로 인해 민주당이 원하는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게 될 것입니다(과거 국보법과 사학법 경우가 그랬지요). 저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의회정치의 악순환이 길게 보면 우리 국익의 더 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현재안대로 강행처리하고 우리는 실력저지에 실패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더 높은 시나리**니다. 우리는 장렬히 전사했다고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지만 우리가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ISD의 수정도 받아내지 못하고 약속한 농촌 및 중소기업 대책도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우리당이 결국 약자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은 대단한 자기모순 아닌가요? 또 극렬한 몸싸움으로 인한 국민들의 절망과 대외적 이미지 실추는 우리 국익의 큰 손실 아닌가요? 이런 면에서 우리 협상파들이 목적하는 것은 단지 몸싸움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손대표님 그리고 동료의원 여러분!

저희가 ‘절충안’을 제안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위험보다는 그래도 ISD재협상이라는 안전 고리를 한미 양국 정부 간에 지금 걸어놓으면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후일 논의하기가 훨씬 쉬어지지만 만약 그런 안전장치 없이 한미 FTA가 이대로 통과되면 우리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국익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ISD를 수정 혹은 폐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도부의 All or Nothing식 주장보다는 이 절충안이 국민과 국익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현실적인 타협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당을 위한 충언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부에서는 FTA 반대가 야권통합과 내년 선거 승리에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우리당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익이요 국민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권 승리는 우리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 한 후의 결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우리가 국민을 위해 정도(正道)를 걷다 보면 국민의 지지는 자연스럽게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절충안’ (강화된 ISD 수정론)이 국회 파국을 막을 수 있고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 카드마저 양쪽이 거부하면 이제 국회는 파국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정치권 모두가 패자요, 그 손실은 그대로 국민에게 가게 될 것입니다. 이 협상안을 살리기 위해 동참해 준 한나라당 의원님들의 용기에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분들의 진정성을 믿으며 그 분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국회가 아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여야간에 우리의 이 절충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제 몸싸움으로 가는 수순만이 남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도 우리 사회 약자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는 한미 FTA를 심히 염려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모 일간지에 실린 장하준 교수의 칼럼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정말 한미 FTA로 인해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어 약자들이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리 걱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로서, 이는 우리사회의 평화와 평등과 정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다 평등하며 따라서 그 국민들이 뽑아준 국회의원들도 모두 평등합니다. 그들이 행사하는 한 표 한 표는 수십만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다른 의원들의 표결을 제가 몸으로 막는 것은 그를 뽑아준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며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손대표님, 그리고 동료의원 여러분!

정치인이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덕이 ‘중용(中庸)의 덕(德)’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야는 극(極)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극하면 반드시 쇠(衰)하는 것이 천지(天地)의 도(道)라고 하였으니 우리가 극으로 가는 것만은 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을 살리려는 충정에서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 11. 13.
국회의원 김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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