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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인회관서 5.18 기념식 처음 열리다



▲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5.18기념식  ©민주회의




▲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한인회관을 울렸다.    ©민주회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 34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토론토에서는 왜 아직도 찬밥 신센가.


18일(일) 하오 토론토한인회관에서 열린 기념식 및 세월호 참사 추모식은 조촐했다. 긴 겨울 끝에 맞는 빅토리아데이 연휴 탓인지 교민행사의 단골들이나 주재 공관원은 없었다.
그러나 60∼70명 정도의 교민들은 시간 전부터 도착해서 역사적 기념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광주사태 비디오가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무대에선 ‘희망21’ 회원들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노래가 약간은 애수를 곁들이면서 장내를 울렸다.


이날의 스타는 정성민 목사(**누엘연합교회)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기념식은 있으나마나했을 것이다. 그의 강연은 공휴일 행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해소시켰다. 참석자들은 5.18과 세월호를 한데 엮어 설명하는 그의 역사적 해석과 예리한 분석에 감탄, 감동했다.
20140520-3.gif정 목사는 시종 연설조로 당당하게 말했다. “두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킨다는 믿음을 배신한 점에서 닮았다. 두 사건 모두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공통이다”, “두 사건은 한국 근현대사에 큰 이정표를 세우는 사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광주사태는 세월호 사건과 함께 “현재 진행형 사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광주의 민주화항쟁이 아직 소임을 끝내지 못했다고 격앙된 목소로 토해내는 열변은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다.


“민주항쟁이 아직도 자리매김 하지 못했다”는 질책에는 모두가 찔끔했다. 광주사태는 1주일간, 사망, 행방불명, 부상 후 사망 등 총 617명과 3천여 명의 광주시민, 전남도민이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보낸 군부대에 의해 희생당한 한국현대사의 가장 불행한 대형사건 중 하나다.


“인간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그런 괴물의 세상이 조국을 밥 좀 먹는 나라 중에서 가장 사악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것이 현실이고 민낯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 목사의 지적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는 이날의 주제를 토론토와 연관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3.1절이나 8.15행사는 한인회 주관과 해외공관 도움으로 열리고 각계각층 원로와 교민들이 만세3창을 외친다. 그런데 왜 5.18기념행사는 똑같은 국가제정 기념일인데 국가기관에서는 외면합니까. 직무유기입니다.”


행사준비자 김연수씨와 함께 공동준비위원장인 서산스님(토론토 삼성반월사 주지)이 이어서 등단, 광주항쟁 정신이 한국헌법 정신으로 이어졌음을 지적하고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 부끄러워 당분간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겠다”고 간단명료하게 표현했다.


이날 기념식은 광주민주화가 9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후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행사였다. 이제까지는 윤택순·엄광열씨 등이 외부에 큰 노출 없이 개인적 성격으로 기념했다. 기념식의 공동후원자인 월요봉사회(민주건설협의회(민건)를 바탕으로 한 단체. 목요기도회가 되었다가 봉사회로 재발족)의 박기순 회장은 “고 박기호씨는 한인회관에서 기념식을 갖기 위해 수십 년간 한인회와 투쟁했으나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늘 그가 더욱 기억된다”라고 말했다.


이점에서 이진수 한인회장의 회관대여 결정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는 정치색과 편견을 버린 것이다. 비록 그는 이날 기념사에서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어원을 소개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정치학 원론강의로 시종해서 실망을 주었지만. 한인회는 이제껏 정관의 ‘회관의 정치목적 사용불가’ 조항을 5.18기념회에 대한 대여거부 이유로 내세웠다.


광주항쟁 기념식은 정치적 행산가? 국정기념일이므로 회관에서 매년 행사를 계속하면서 정신을 이어가야 마땅했다. 결코 향우회 성격의 기념일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토론토에선 4.19가 매년 잊혀진지 오래다. 역시 같은 국가기념일이므로 정부가 주관할 의무가 있고 이를 기피, 무시하는 것은 정 목사 지적대로 공관원의 직무유기인데도 그렇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장래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기념식 후원자는 호남향우회, 월요봉사회, 민주포럼, 희망21, 시사한겨레사였다. 이중 ‘희망21’은 캐나다와 한국의 사회정의 운동, 소비자보호운동을 펴는 단체로 정회원은 박충호 운영위원 등 14명. 다큐상영회,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이나 위안부를 위한 촛불집회 등이 주요활동이다. 민주포럼(대표 김연수)도 궤를 같이하는 진보적 단체다.
이들의 존재를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사실상 극단 우익화 경향의 우리사회를 교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좌경이나 극우, 둘 다 경계대상 아닌가.


본 기사는 캐나다 토론토 한국일보 김명규 발행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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