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적자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자동 상실한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회복시켜 주는 것을 복수국적 허용이라고 한다. 현행 복수국적 허용 규정에는 한국으로의 영주 귀국하는 65세 이상 외국국적 동포가 대한민국 국적회복을 신청하면 이를 허용한다고 되어있다.
65세 이상으로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 은퇴자가 노년을 고국에서 보내고자 할 때 외국국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시켜 준다는 취지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복수국적 허용 제한을 완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나이 조건을 65세에서 55세로 낮추자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과정에서 ‘영주귀국 목적’이라는 전제조건이 실종되고 있다.
65세 은퇴연령의 외국국적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으로 영주 귀국한다는 전제 아래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시켜준다는 핵심적 복수국적 허용 전제 조건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에 거주할 의사가 전혀 없는 65세 또는 55세 이상 재외동포가 복수국적을 부여받고 다시 해외 거주국으로 돌아가 살면서 거주국 대통령선거 때 거주국 시민권자로 투표도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때도 재외국민으로 투표를 한다면 당초의 복수국적 허용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거주 의사와 무관하게 55세 외국 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회복을 희망할 경우 이를 허용하자는 것이 현재 정치권의 주장이라면 국민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재미동포가 55세가 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받아 미국에 살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도 하고 미국에서 재외국민투표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도 유권자로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수국적 허용범위 확대는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거주할 의사가가 있느냐가 나이 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옳다. 복수국적 허용 경로 우대증처럼 연령이 기준이 되는 것보다는 나이와 무관하게 한국에 거주할 의사가 분명한 외국국적 소지 재외동포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해서 대한민국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높다는 것이다.
65세를 55세로 낮추는 연령 기준보다 한국에 거주할 의사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고 경로우대가 아닌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세대, 즉 연령 제한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한국의 병역의무를 고의적으로 기피한 자가 아닌 경우에는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복수국적 허용조건에서 병역문제를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울 때 병역의무가 없는 여자의 경우가 등장한다. 현행 병역법이 모병제가 아닌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징집제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다국적 시대에 부합하는 국적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실된 국적을 회복시켜 주는 소극적 손질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과감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외국국적을 취득하면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이 소급 상실된다는 현행 규정을 바꿔야 한다.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가 별도의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국적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국적법을 개정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된다.
복수국적자라도 대한민국에 거주할 때는 외국국적 효력이 중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복수국적이 충돌할 염려도 없다. 국민이 자원인 시대에 외국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국가가 자국민의 국적을 자동 상실하게 하는 국적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문화 다국적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복수국적 허용확대 방안을 연구하면서 ‘65세냐 55세냐’하는 연령기준을 갖고 고민하는 것을 과감하게 뛰어넘어야 한다.
복수국적 허용 확대는 한국에 거주하고자 하는 모든 재외동포 외국 국적자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회복시켜 주고 외국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는 조항을 없애는 것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정광일 /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