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추석 하루 전 일본을 찾았습니다. 세계한인민주회의 김성곤 수석부의장과 이낙연 의원(부의장)과 함께 한국의 추석연휴를 이용해 7개 지역 일본 민단본부를 방문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일본에는 음력 8월15일 추석은 명절이 아니고 양력 8월 15일이 명절입니다.
▲ 일본에 도착해 첫번째로 방문한 요꼬하마 민단 본부입니다. © 민주회의
▲ 요꼬하마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요꼬하마 민단 본부 김이중 단장이 이낙연 김성곤 의원 가운데 섰습니다. © 민주회의
일본 전역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민단이 있고, 흔히 말하는 미국식 한인회는 10년 전에 동경에서 생겨났고 그 후 5년 전쯤에 두 번째로 오사카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년 여름에는 후쿠오카 지역에 세번째 한인회가 만들어 졌고 다음지역이 나고야지역입니다. 현재 나고야 지역에 한인회 창립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11월 창립을 앞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 민단중앙본부 분위기가 참 좋아 보입니다. © 민주회의
▲ 민단 중앙본부, 조금 심각한 분위기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민주회의
▲ 민단 중앙본부 첫번째가 오공태 단장 입니다. © 민주회의
일본 한인사회에서는 '올드 커머'와 '뉴 커머'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 한인사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약간은 좀 생소한 단어인데 올드커머는 일본에 온지 오래된 한국인을 지칭하고, 뉴 커머는 일본에 온지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뜻합니다.
대체로 뉴커머는 민단이 아닌 한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민단에는 재일 동포 2세 3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재일 동포 2세, 3세들을 올드 커머라고 부릅니다.
한국 추석 연휴를 이용해 일본으로 간 것은 올드 커머들의 중심체인 민단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민단에서 활동하시는 올드커머 절대 다수는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듣기는 좀 하는데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한국 말을 어렵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일본 일정 역시 다른 나라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29일 오전 11시에 동경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곧바로 공항에서 요코하마 총영사관- ->요코하마 민단 본부 --> 동경 민단중앙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동경 민단중앙본부 건물에는 동경 총영사관도 있고, 동경 민단본부도 입주해 있습니다.
일본 도착 첫 날 오후에 번개작전으로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오후 6시 30분 우에노에서 동경 민주연합 팀들과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동경민주연합팀에는 올드커머와 뉴 커머님들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일본서 보기 힘든 참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본 동경 호텔에서 30일 추석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일요일 이기도 했지만 추석날이여서 오전에 김성곤 의원님은 동경 원불교를 찾았고, 같은 시각 기독교 신자이신 이낙연의원님은 신오쿠보의 한 교회를 찾았습니다. 같은 정당이지만 종교는 각각 다릅니다. 그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각자 종교기간 방문을 마치고 점심에는 신오쿠보 지역에서 열리는 한일축제 한마당을 찾아 한인회 임원들과 야외에서 간담회를 갖고 일본 한인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확인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8월10일)하고, 일왕에 대해 사과하라는 일명 이명박 소신발언(?) 이후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한국인들의 업소 매출이 뚝 떨어져 버렸다"는 것이 슬픈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뚝 떨어진 매출은 30% 이상이라는 대체적인 진단이었습니다.
민단 중앙본부 고위 간부는 자기가 아는 화장품 가게 매출은 30%가 아닌 50% 이상 떨어졌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의 소신발언 불똥이 엉뚱하게 일본에서 먹고사는 재일동포 사회에 원자폭탄 처럼 떨어진 것입니다. 물론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런 것 까지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일본인들 중에서 독도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잇는 사람들이 전체 10%도 안된는데 이번에 70%이상이 독도 문제를 알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발언이 잠자는 일본인들을 깨워준 셈입니다.
이같은 슬픈 이야기는 요코하마에서 신간선을 타고 경유한 모든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 마다 우리들에게 슬픈 얼굴로 말해주었습니다.
신쥬쿠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동경옥타 회원 한 분은 신주쿠 지역에 있는 한인업소 수를 대충 300개로 잡고 한 업소당 1개월 매출 30% 감소의 총액이 얼마 정도 될 것인가 즉석에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보다 일왕사과 발언에 더 열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공동적인 것 중 하나였습니다.
▲ 나고야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나고야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나고야 민단 본부 © 민주회의
일본에서 한국 사람들이 어깨를 약간 뒤로 제치고 가슴펴고 산 것은 불과 1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 부터라고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이 일본내 조총련계 동포들의 고국방문으로 이어져 이들의 한국국적 회복이 증가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일본인들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 한류가 확산될때 일본내 한국인들이 기를 펴고 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대일본 외교정책 변경으로 일본우익들의 반한감정 부추기 여파로 한인업소들의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한인들이 다시 가슴을 움추리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일본 보수단체들이 제철만난 고기처럼 동경시내를 이상한 차량을 몰고 휘젓고 다니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쉼게 볼수 있었습니다. 일본보수하고 한국 보수의 공통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동경에서 오후 늦게 신간선 열차를 타고 나고야 역에 내렸습니다. 나고야 총영사관에서 차량으로 마중나오겟다는 것을 거절했는데 나고야 역에 도착할 때쯤 태풍이 몰고온 비줄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역 앞에서 우산도 없이 영업용 택시 두 대를 잡아타면서 비를 홀딱 맞아 두 의원님 양복이 우습게 되어 버렸습니다.
추석날 밤을 나고야에서 보내는 일정이었습니다. 나고야는 조금 고풍스러운 도시같았습니다. 나고야 성도 차창 밖으로 지나면서 볼수 있었습니다.
나고야 한인회 창립 준비위원들과 간담회가 준비되어있었지만 비를 몰고 온 태풍이 나고야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참석인원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태풍도 잊고 늦은 밤까지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나고야 심야토론에서 나온 주제들은 재일동포의 민족교육, 한글교육, 조국통일 문제까지 진지한 주제들이 태풍이 몰고 온 빗줄기 보다 더 세게 쏟아졌습니다. 재일동포사회도 앞으로 20년, 30년을 내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 한글교육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조총련계 학교인 조선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70%가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주장과 뉴커머들이 자녀들의 한글교육을 위해 조선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주장도 듣게됐습니다. 일본 전역에 90여개 조선학교가 현재 수업 중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한 때 130여개 되는 학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정부가 일본내 지원하고 있는 학교는 다섯 손가락이 남습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일본내 조선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지금 부터 고민해뵈야 한다는 생각도 나고야에서 깊게해 보았습니다. 누군가 조선학교 실태 조사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조선 교는 초중고 대학까지 모두 한국말로 수업을 하는 학교입니다. 누가 뭐라해도 한국말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침이 마르게 칭찬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조선학교 문제를 논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한국인을 위한 교육시설을 시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습니다.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일본내 학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뉴커머들의 자녀들 중 조선학교와 일본학교에 입학하는 비중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학교에 다니는 우리들 자녀들이 일본학교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배우고 조선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배울까요? 아니면 독도는 조선땅이라고 배울까요?" 아무튼 엄청 뜨거운 나고야 심야 태풍토론이었습니다.
▲ 오사카 민단 본부, 오사카 지역이 일본내 올드커머들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 민주회의
▲ 오사카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오사카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오사카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오사마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오사카 민단 본부 © 민주회의
10월 1일 아침, 나고야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아침 8시에 호텔에서 간단한 조찬을을 하고 9시 30분에 나고야 민단본부를 찾았습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신문사 특파원 경력이 있고, 현재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계시는 이낙연의원의 일본어 실력은 가는 곳마다 빛을 발휘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재일동포 2세인 어느지역 민단 임원은 " 우리 보다 이낙연 의원이 일본말을 더 잘한다"고 감탄하듯 칭찬하기도 했지만 정착 더 좋은 것은 한국 말을 잘 못하시는 민단 임원들에게 일본어로 민주당의 해외동포 정책을 설명라고 재외국민 선거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훨씬 더 이해력이 높아질 뿐 만 아니라 짧은 만남에서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는 친목의 비밀 병기였습니다.
문제는 이낙연 의원님이 일본말로 진지하게 설명할때 제가 못 알아듣는 문제가 발생해 또 다른 통역이 필요했다는 사실입니다.
▲ 고베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고베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고베 민단 본부 . 오른쪽 두 번째가 차득용 단장 © 민주회의
민단의 역사는 특수한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미국이나 중국에 있는 한인회와 비교할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조국 분단의 시각으로 보면 민단이 또 다른 분단의 흔적 38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남북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켜안고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10개 대한민국 총영사관 건물이 모두 민단에서 모금해서 매입해 한국정부에 기부한 건물이라는 것을 아는 다른나라 동포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조국이 어려움에 처할때 마다 민단을 중심으로 재일동포들이 모금을 해서 정부를 도왔던 특별한 역사를 가진 곳이 일본내 민단 조직인 셈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미국이니 중국 등에 있는 한인회와는 역사적 배경이 엄청 다른 단체가 민단입니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민단에 지원하는 배경도 다 그런 연유 때문입니다.
▲ 히로시마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히로시마 민단 본부. 김성곤의원과 이낙연 의원 가운데가 권오원 단장 © 민주회의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단은 지금 재외선거인 등록에 모든 에너지를 총동원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민단 중앙본부 오공태 단장님 등 임원진이 일본내 전지역 민단 지방본부와 지회까지 직접 방문하고 민단에서 총 5만명 유권자 등록 운동을 전개하는 중입니다.
5만명 등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의 산하 단체에 등록 할당제까지 실시하는 중이니 중앙선관위 보다 훨씬 더 열성적인 유권자 등록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공태 중앙단장은 요즘 앉으나 서나 유권자 등록 운동입니다. 유권자 등록 운동이 곧 애국운동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민단 보다 더 열심히 유권자 등록운동을 하는 한인회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후쿠오카 한인회 임원 번개미팅 현장 © 민주회의
민단은 자체 기관지인 '민단신문'을 주간단위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민단신문의 요즘 관심사는 유권자등록 운동입니다.
민단 지도부가 똘똘 뭉쳐서 투표참여운동을 전개하다보니 투표참여운동(유권자 등록운동)과 선거운동(특정정당이나 특정 후보 지지운동)의 구분이 애매모호할 정도입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선거운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을 민단신문 편집장이 알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투표참여운동은 열심히 해야 하지만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다는 선거운동에서의 엄정중립 선언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 지역 선거관들의 지혜를 믿어야 하겠지요.
오는 12월 재외국민 참정권과 무관하게 이번 일본 방문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민단을 중심으로 재일동포들의 무한한 조국 사랑 정신입니다.
일본에서 온갖 차별 속에서 고생하면서도 오로지 조국발전 만을 염원했다는 재일동포들의 조국시랑 정신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 사이를 겨냥하는 태풍이 남쪽에서 불어올때마다 제발 태풍진로가 한국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일본으로 돌려가기를 염원했었다"라고 말하는 민단 간부님 말씀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조국 걱정 조국 사랑이 아닌가,,,
▲ 후쿠오카 한인회 임원 © 민주회의
일본 방문단 신간선 번개작전은 나고야에서 다시 오사카 민단 본부 -->> 고베 민단 본부(여기서 1박) -->> 히로시마 민단 본부 --->> 후쿠오카 민단 본부 방문으로 이어졌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지난 여럼 만들어진 한인회 임원들과 번개미팅을 주선해 호텔 커피샆에서 미니 간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후쿠오카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인구수가 점점 늘어나는 곳이라는 정기태 한인회장 설명도 있었습니다. 부산과도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한일민간 교류가 활발한 지역 특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 후쿠오카 민단본부 © 민주회의
▲ 후쿠오카 민단 본부 © 민주회의
▲ 후쿠오카 민단 본부. 앞줄 가운데가 오정부 단장 © 민주회의
조금 더 일찍 일본내 민단 본부를 방문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 밤 11시 여의도에 도착했습니다. 이낙연 의원님도 공항에서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의원회관으로 심야출근해서 도 다른 일을 봐야 했습니다.
"단장님이시지요, 김성곤의원입니다, 덕분에 어제 밤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네, 건강하시고요.네네"
10월 3일 개천절 휴일날에 오후, 국회의원 회관 720호 김성곤의원 실에는 한 시간 넘게 일본으로 국제전화 하는 김성곤 의원님 목소리가 계속이어졌습니다.
글 / 정광일(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사진 / 조종운 (국제국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