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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 허용완화 선거등록 간소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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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 다음은 연합뉴스가 송년특집으로 기획한 재외동포 정책을 점검하는 기획기사입니다 
 
법률자문지원시스템 구축·영사협력원 증원·여권 업무 선진화
與 "정책 추진에 탄력" vs 野 "소리만 높고 피부에 닿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외동포들은 올해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한글·역사교육 등 차세대 정체성 확립을 지원 확대 △동포사회 인재들을 위한 기회 제공 △현장 중심의 맞춤형 재외공관 영사서비스 제공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확충 등의 재외동포 정책 공약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임기 중에 최소한 이 공약만이라도 실현이 된다면 재외동포들은 지난 정부에 비해 위상이 좀 높아지고, 그동안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동포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외동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맞춤형'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2013년 한 해 동안 여러 정책을 입안하고, 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고, 야당과 전문가들은 "소리는 높은데 피부와 와 닿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전담기구 신설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 박 대통령, 동포간담회서 '맞춤형' 정책 추진 약속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발급해 동포들이 조국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또 그런 쪽에서 어떤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동포 여러분이 가장 많이 원하는 자녀교육과 한글·역사교육 등에 정부가 더 노력을 기울여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미국 워싱턴DC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열고 취임 후 처음으로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견해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또 한 달 뒤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3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는 세계 73개국 380명의 한인회장 앞에서 "재외동포도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동반자"라고 선언하며 "글로벌 마인드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세계 각국의 동포들이 고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행복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안에 머무르지 않으며 전 세계의 우리 동포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할 때 국민행복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쌓여온 동포 여러분의 오랜 염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프랑스, 영국 등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동포들에게 대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 정부·여당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 붙어"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대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49개 공관에 법률자문 지원시스템을 구축했고, 2012년 111명이었던 '영사협력원'도 129명으로 증원했다"고 소개했다.
또 재외공관에서 운전면허증, 공인인증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영사 서비스를 확충해 가고 있으며 기술과 결합한 여권 업무의 선진화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재외동포 주민증 발급과 관련해 부처 간 협의를 끝냈고, 법안이 통과되면 2015년 1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으로 이관된 한글학교 교육과 관련,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20% 증액됐다. 이 예산은 교육방송 EBS, 동북아역사재단의 콘텐츠를 한글학교에 지원하도록 편성됐다.
 
조규형 재단 이사장은 "한글 전문강사 양성과 파견, 다양한 교재 지원, 스터디코리안을 통한 온라인 교육 등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동포들의 자녀교육 고민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기조에 맞도록 재외동포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중호 재외국민위원회 국장은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며 "우리 당은 모국과 동포 사이의 일체감 및 유대감 강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주권자들의 일체감 형성, 재외동포의 민족적 정체성 확립을 통한 모국과의 유대감 형성 등을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재외동포 국내 체류 자격 완화와 재외국민의 현지 정착 지원 및 안전 보호를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원유철 재외국민위위원장은 지난해 11월과 올 9월 두 차례에 걸쳐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토론회도 열어 법 개정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원 위원장은 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만 55세'까지 확대하는 국적법 개정안, '해외 한국학교·한글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촉구 결의안', '재외국민보호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 야당·전문가들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전담기구 설치 시급"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대통령이 제시하는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야당과 전문가들은 "소리는 높은데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김성곤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은 "당·정·청이 각국 동포들을 위한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제기됐던 문제들"이라면서 "각 부처에 분산된 재외동포 업무를 조정·통합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700만 재외동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재외동포재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재외동포청' 신설 등을 목표로 하는 '재외동포기본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을 지낸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대표는 "재외동포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맞춤형 정책을 펼치겠다고 목소리는 높은데 아직 피부로 느낄 만큼 법적·제도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내년에는 실질적인 혜택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동포들과 약속한 정책들을 점검하고 시행하려면 청와대에 '재외동포 전담 비서관'을 두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돈 인천대 법대 교수는 "선진국에 거주하는 동포와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중국, 쿠바 등의 동포를 함께 아우르기보다는 자산 활용과 자존심 회복이라는 '투 트랙'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 교수는 "재외동포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시대에 맞는 정책을 펼치려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보다는 국무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처' 또는 '재외동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수국적 허용 연령 완화·재외국민 선거 등록 간소화 눈앞
건강보험·병역 관련 법 개정은 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재외선거를 계기로 재외동포의 권익 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도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 조정, 재외국민 선거 등록 절차 간소화다. 그동안 해외로 이주하면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등 폐쇄적이었던 국적법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또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을 보완·확충하기 위한 재외동포청 설립, 한글학교와 한국국제학교 등의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외국에 거주하며 우리나라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을 재외동포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면 국민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국민 정서와 재외동포 관련 인식을 충분히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복수국적 완화…재외선거 투표소 확대도
 
복수국적 대상 확대와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한 내용으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복수국적 허용 대상 확대와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복수국적 허용 연령은 현재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은 대상 연령을 55세로 하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이미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젊은 인재가 모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우선 허용 연령을 60세로 하향 조정하고 복수국적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국민 선거의 편의성과 내실화를 위한 조치도 마련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외 유권자는 선거 시행 시기와 관계없이 언제든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고 한 번 신고하면 변동사항이 없는 한 다시 등록할 필요가 없게 된다. 현재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거일 60∼150일 전에 새로 등록해야 한다.
유권자 등록 신청도 현행 방문·전자우편 신청 외에도 우편·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되며, 투표소도 현행 공관별 1개에서 재외국민 수나 투표소와의 거리를 고려해 공관 이외의 장소에 추가로 재외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안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국회에서도 큰 논란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 재외동포청 설립 등 동포 행정지원 확대 추진

 
재외동포의 교류·지원을 담당하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한 단계 격상해 '재외동포청'을 설립하는 문제는 재외동포사회의 숙원이다.
 
재외동포 관련 업무가 외교부·법무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유사한 업무가 중복되고, 재외동포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외동포 관련 정책을 통합하고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재외동포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재외국민 선거 시행으로 동포청 설립의 당위성에 힘이 실리는 데다 국회에서 재외동포청 설립에 대한 토론회가 한명숙·김성곤 의원과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주관으로 열리는 등 동포청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독립성을 위해 '동포청'이 아닌 '동포처'로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향후 재외동포 기본법을 발의하고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토대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지난해까지 39개 재외공관에서 운영하던 법률자문 지원시스템을 올해 49개 공관으로 확대하고 여권 신청을 전자서명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술과 결합한 재외국민 업무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내년 1월 1일부터 해외로 이주해 국적을 상실한 국가유공자도 본인·유족이 원할 경우 심의를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면 안장 자격을 잃었다.
새누리당은 이미 사망한 해외이주 국가유공자에게도 이 법안을 소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 학비 마련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국내 대학생과 균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누리당의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 건강보험·병역법도 개정될 수 있을까

 
새 정부 들어 정치권에서 재외동포 권익 신장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점은 재외동포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 기준 완화', '병역법 개정' 등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지난 6월 재외동포의 국내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체류기간 90일에서 30일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진료 목적으로 입국해 단기간 건강보험료를 내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재외동포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8년 보건복지부가 건보 가입 조건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를 명시해 개정한 만큼 건보 적용 기준 체류기간이 줄어들면 또다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성곤 의원실은 "체류 기간을 줄이는 대신 외국에서 소액이라도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등의 다른 조건이 추가될 것"이라며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싱가포르 한인회가 싱가포르에서는 영주권자에게도 병역의무를 지우기 때문에 복수국적자들이 '이중 병역 의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출한 병역제도 개선 청원서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청원서는 싱가포르 영주권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싱가포르 병역의무 24개월을 마친다면 병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해 37세 이전에 대한민국으로 귀국할 때 따르는 입대 의무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으로, 만약 청원이 받아들여지면 세계 각국에서 병역 관련 민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 정서상 재외동포에게 병역 관련 혜택을 주기 쉽지 않은 데다 병역법이 개정되면 복수국적을 비롯한 국적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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