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며칠 전 새프란시스코(산호세) 투표소에 민주당 참관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는 급박한 소식을 듣자마자 지난 10.26서울시장 선거 디도스 사건, 4.11 총선 강남을 지역의 투표함 훼손 의혹들이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해야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건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제대로 알고 제대로 감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가방 그리고 봉인 사진, 사인은 뒷면에 있습니다. © 민주회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리우는 산호세 지역은 많은 IT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30, 40대의 젊은 유권자들이 대부분인 곳입니다. 그래서 영사관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더 큰 도시이지만 한국사람이 더 많이 몰려있는 산호세 지역에 투표소를 설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상대로 80~90%의 유권자 대부분이 젊은 부부들, 대학생들이 주류을 이루었습니다.
선거 관리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6일 동안 투표한 용지를 영사관 금고에 보관하고 마지막 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수인계 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감시함으로써 참관인의 역할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참관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상황은 투표 시작 전과 종료 후 였습니다. 아침 8시 선거가 시작되기 전 투표 용지와 주소지를 발급하는 장비들이 밤 새 손을 탄 흔적이 없는지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스티커 봉인에 책임 위원 및 제 사인을 꼭 남기고 사진을 찍어두어 매일 아침 대조해보면서 저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스티커는 떼어내면 스티커에 자국이 남기 때문에 다시는 절대 못쓴다고 합니다.)
▲ 영사관 금고에 보관한 후 열쇠구멍을 봉인 한 모습입니다. © 민주회의
선거가 끝나면 투표함에서 투표용지가 든 봉투를 다 꺼낸 후 개수를 세어 접수된 수와 맞는지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일치하면 가방에 넣고 지퍼부분을 일회용 잠금장치로 잠근 후 그 위에 봉인 스티커를 붙입니다. 그 다음 금고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으로 선관위 직원 분의 차에 동승하여 이동했습니다.
영사관에 도착 한 후 금고에 넣고 열쇠 구멍에 봉인을 합니다. 열쇠는 봉투에 넣은 후 마찬가지로 봉인을 하면 하루의 일과가 끝났습니다. 매일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집이 있는 산호세로 다시 돌아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이렇게 5일이 지난 후 마지막 날엔 당일 투표한 것과 금고에 있던 모든 가방들을 모아 외교 행랑에 넣은 후 봉인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수인계 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 투표 가방이 들어있는 외교 행랑과 카고에 실은 모습입니다. © 민주회의
산호세 투표소에는 콜로라도 주 덴버와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신 분들도 계셨고 네바다 주 리노에서 5시간 운전하셔서 오신 분, 그리고 90대 이상 어르신중 세 분이나 지팡이를 짚고 투표하러 오시는 등 정말 가슴 벅찬 일이 많았습니다. 한 표 한 표에 이렇게 고국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분들의 마음과 수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참관인으로써 그 역할이 무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일 집으로 돌아오면 영사관에 있는 투표가방이 무사할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침입하여 봉인스티커에 싸인을 모방하고 감쪽같이 똑같게 만들어 놓는 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상상이 머리속에 떠올라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투표가방이 점점 많아지면 어떤 가방이 어느 사진과 일치하는 지 혼란이 생길 거 같아서 봉인 스티커에 제 싸인과 함께 일련 번호를 적어두었습니다. 그랬더니 확인 작업이 훨씬 수월했답니다.
마지막 날은 그동안 찍은 모든 사진들을 다시 뚫어져라 살펴본 후 특이 사항들, 예를 들면 스티커 접힌 모양, 주름 같은 것도 기억해놓고 금고에 있는 모든 가방들이 무사한 지 대조해 본 후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록 6일이었지만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자세로 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투표소 모습입니다. © 민주회의
많은 분들이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어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 한 유권자 중 78%의 높은 투표율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해외 부재자 대통령 선거를 참관하면서 안전성, 정확성, 비용의 효과성, 마지막으로 참관인 고용 문제에 관해 느낀 몇가지 문제점도 적어보고자 합니다.
6일 동안 보관하는데 과연 안전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금고 열쇠가 과연 하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옆에 있는 다이얼로 열 수 있는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그냥 모든 사람들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성 면에서보면 각 투표소 별로 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를 확인 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 도착한 투표용지는 봉투에 적힌 각자의 주소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저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는 누구를 더 많이 지지했는지 알 방법이 없고 이것은 부정의 소지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비용의 효과성에서 수 백억의 세금이 쓰인다는데 투표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투표시간을 연장하여 100억을 쓰는 것이 앞의 열거한 부정적인 면들을 고려해 볼때 훨씬 합리적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해외 부재자 투표율이 71.2%의 높은 투표율이라고 언론에서 선전하지만 실제로 이 수치는 선거가 가능한 해외 유권자 전부가 아닌 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율이기 때문에 이 숫자는 단순한 착시현상으로 실제 투표율은 이보다 현저히 낮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참관인의 고용문제인데, 6일이란 긴 시간동안 빠짐없이 참관을 할 수 있고 각 정당을 대표해 엄격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 할 사람을 구하는 문제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처음 치러진 해외 부재자 투표에 먼 길을 달려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신 많은 유권자 여러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빛나는 선거였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고려해 볼 사항도 많아보입니다.
▲ 샌프란시스코 투표소 참관인 ©민주회의
샌프란시스코 통합민주당 참관인 조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