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 세계 첫번째 18대 대선 투표자로서 인증샷 한방. © 민주회의
선거는 즐거운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이에 내 생애 처음 맞이한 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재미있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순간 머릿속에 번개처럼 치고 올라온 하나의 아이디어가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나라"라는 것. 나의 첫번째 투표권 행사를 뉴질랜드에서 가장 먼저 투표하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대통령 선거를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나름 참신한 생각이 들었다.
뭐, 내 생애 첫번째 투표가 이 정도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과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소중한 분에게 드리는 이 한 표가 한국인 첫번째 표라는 것을 누가 알랴!
하지만 그 정성이 통해서 청와대로 당당히 입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첫번째 투표자가 되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곳 뉴질랜드도 투표소가 뉴질랜드 내에서 웰링톤에 있는 대사관과 오클랜드에 있는 영사관뿐이다. 비록 오클랜드에 살고 있지만, 투표소까지 가는 길과 방법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계획대로 첫번째 투표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일찍 가야 하는데, 아직 차가 없는 나로서는 두 가지 방법뿐이다. 전날에 버스를 타고 가서 영사관 앞에서 밤을 새우든지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른 새벽에 투표소로 가야한다. 그때 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진아, 내일 새벽에 나도 동참해 줄게."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발전과 정치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가 나의 계획을 들어보고 기꺼이 동참해 주신 것이다. 나름 멋있는 아버지 아닌가?
마침 4일(뉴질랜드 시간) 저녁에 1차 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있었다. 시차 관계로 5일 0시에 시작된 토론회를 "오마이뉴스"를 통해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외국에 사는 저와 같은 교포에게 생방송으로 토론회를 볼 수 있게 신경을 써 준 "오마이뉴스"에 감사한다. 전두환, 6억, 충성 혈서, 다카키 마사오, 장물 등등.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처음 듣는 황당한 이야기를 대선 후보자 TV토론회를 통해서 듣고서 "이건 뭐지?"라는 뒤숭숭한 마음이 들었다. 6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차 안에서 그리고 영사관 앞에서 아버지는 나에게 대한민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알려주셨다. 뭐, 큰 줄거리는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생생하게 듣는 이야기는 새삼 가슴 속에서 불끈하는 뭔가를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나는 너의 선택에 관여를 하고자 말한 것이 아니라 네가 물어본 것에 대해서만 시실적으로 이야기한 거다, 분명히 하자"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젊은 아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배려해 주신 것이다.
이곳 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 여름이기는 하지만, 새벽이라서 조금 서늘한 추위가 느껴졌다. 아직 엘리베이터가 운행이 안 되는 영사관 빌딩 1층 로비에 쭈그리고 앉자 기다리고 있는데... '오... 대한민국 공무원은 근면하고 성실하네' 투표 시작이 8시부터인데 7시쯤 영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영사관을 방문한 우리를 민원 대기실로 안내하고, 따뜻한 커피도 한 잔 건넨다. '최고네요.'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장 아닌데 투표했다고 취재하다니...
영사관 직원이 "누가 첫번째로 오셨느냐"고 묻기에 주변의 눈치를 한 번 보고, "저요"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취재가 나올 것 같으니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뭔 취재….'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장도 아니고 대법원장도 아닌데 투표했다고 취재를 하다니... 드디어 오전 8시, 투표가 시작되어 오클랜드 영사관 직원의 안내로 투표장에 들어갔는데, 예상하지 못하였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5∼6명 정도 되는 기자들이 갑자기 취재를 시작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수라도 하고 올 걸….'
본인 확인을 마치고, 투표 용지를 받고, 회송 봉투를 받고 안내에 따라 기표소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기자 분들이 포즈를 잡아 달라고 한다. 몇 번 정도 투표 용지를 들고 포즈를 잡고 기표소에 들어갔다.
나의 생애 소중한 첫번째 한 표, 한국 첫번째인 나의 한 표를 행여라도 실수할까봐 조심조심하게 기표를 하고 인주가 번질까 봐…. 조심해서 회송 봉투에 넣고, 나와서 투표함에 넣으려는데 기자 분들이 이번에는 훨씬 더 까다롭게 주문을 한다.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것도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포즈를 잡아 주며, 6번 정도 왔다갔다하면서 투표함 앞에서 포즈를 취한 끝에 투표를 마칠 수가 있었다. 나는 그저 내가 선택한 후보가 18대 대선 첫번째 표인 이 한 표로 반드시 청와대에 입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 취재진 요청으로 투표함 앞에서 포즈 헌정 사상 최초의 재외국민 대선에서 첫번째 투표. 감개무량하였다.
생애 첫 투표를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고 싶은 나의 소박한 계획이 '대박'을 쳤다.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참 많이 나온다.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부지런히 선거권을 행사하니 행운도 따라오는 것 같았다. 이제 19일 투표를 앞두고 있는 고국의 모든 유권자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제 말 믿으시고, 부지런히 선거하시면 행운이 반드시 따라올 거라고. ^^
이제 투표도 했고, 나만의 좋은 추억도 쌓았으니 내가 지지한 후보자가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치 전문가들은 투표율에 의해서 당선자가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65% 미만이면 A가 유리하고, 70% 이상이면 B가 유리하단다. 순간 한 가지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낮은 투표율이 유리한 후보가 진짜로 낮은 투표율에 의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민심이 왜곡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결국, 투표율이 높으면 떨어진다는 후보는 투표율이 낮아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은가? 내 해석은 "국민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낮은 투표율로 인해 떨어지고, 국민 지지도가 낮은 후보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되었네"라는 것이다.
확실하고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모든 국민이 투표해야
이런 황당한 해석으로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는가. 한달 전 2012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때 나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공부했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열정적인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국에서 발표한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투표율에 의해서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은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이번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 여론 조사는 거의 매번 투표율에 의해서 당선자가 바뀐다는 분석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확실하고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투표해야 한다. 누가 당선되든 모든 국민이 참여하여, 모든 국민이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는 투표율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새벽잠을 설치며 투표를 한 나와 같은 사람, 2000Km를 달려가 투표하였다는 인도 교민 그리고 왕복 10시간 넘게 운전해서 투표하였다는 미국 교민, 신문에는 안 나왔지만 나와 같이 투표한 젊은 분 중에 한 분은 뉴질랜드 네이피어라는 곳에 사는데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와서 투표하고 오후 비행기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러한 분의 열기가 고국의 유권자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나와 같은 젊은 층이 반드시 투표해서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소중한 국가의 장래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낮은 투표율로 찜찜한 5년이 안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서민이 살기에 가장 행복한 나라, 정치가 선진화된 나라, 남북이 협력하는 나라,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나라,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모두 투표하세요. 그리고 저처럼 행운을 누리시면 즐거운 선거 축제가 될 것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