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치러질 18대 대통령 선거의 재외유권자 등록·신고 마감을 한 달 남겨둔 상태에서 여전히 참여율이 저조하자 재외동포사회가 투표 참가 독려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부터 이날 오전 7시 현재까지 61일 동안 대선 투표를 위해 등록과 신고를 마친 재외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223만3천193명 가운데 3.34%인 7만4천670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 소지자인 재외선거인은 1만3천458명, 유학생·주재원·여행자 등 국외부재자는 6만1천212명이다. 국외부재자는 등록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 투표할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두 달 동안에 등록·신고한 유권자는 4만8천758명(2.18%)이었다.
정가 안팎에서는 재외유권자들이 비례대표 선출에만 참여하는 총선과 달리 대선에는 관심이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등록·신고율이 불과 1.16%포인트 높아진 것에 그친 것이다.
이처럼 등록률이 답보상태에 머물자 이번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표심으로 당락을 가르자고 의욕을 보이던 동포사회가 "이러다 본국의 관심으로부터 아예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바짝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동포단체를 중심으로 참여율 제고에 나선 것이다.
전체 유권자 86만6천170명으로 이날 현재 1.96%인 1만6천941명만이 등록·신고한 미국 지역의 동포들은 다음달 20일 마감할 때까지 적극적인 독려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 등으로 구성된 `대선참여운동 LA 본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LA총영사관에서 지난 총선보다 유권자를 10~30배로 늘리자는 `1030운동' 캠페인 발대식을 열었다.
`대한민국 박사모 미주본부', `중원포럼' 등 정치단체들도 정파를 초월해 한 명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제공항, 시장, 은행 등에서 홍보물과 등록 신청서 양식을 배포하며 독려 캠페인을 펼치는 이들 단체는 "민의는 표로 나타나는 것이며 그것이 힘"이라고 강조하며 모처럼 주어진 참정권의 기회를 스스로 박탈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동포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재외동포를 `제외동포'라고 잘못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마당에 대선 투표 참여율마저 떨어지면 이제는 정치권이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인들은 이달 말 각 한인회 주최로 열리는 한가위 대잔치와 10월로 이어지는 각종 한인행사에서도 등록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워싱턴 재외국민 참정권 홍보연합'은 지난 15일 워싱턴DC 한인의 최대 잔치인 제10회 코러스축제에서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등록 운동을 펼쳤다.
전체 46만2천509명의 유권자 가운데 1만1천821명(2.56%)이 등록을 마친 재일동포들은 "대선은 우리와 본국의 관계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으로 드높일 것"이라며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을 중심으로 저조한 등록률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민단 중앙본부 오공태 단장은 지난 14일 한국중앙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등록 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줄 것을 지방본부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오 단장은 모든 활동·사업을 대선 참여운동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부인회, 청년회, 한국상공회의소, 체육회, 군인회, 과학기술자협의회, 학생회 등 산하단체가 유기적으로 연대해 등록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전체 유권자 29만5천220명이 등록·신고 대상인 중국에서는 이날까지 1만3천599명이 신고해 비교적 높은 등록률(4.61%)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인 사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등록률 제고 캠페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재중국한국인회 정효권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문제가 불거져 대선 참여에는 전혀 신경 쓸 수 없는 지경이며 한인들의 자발적인 동참만을 기대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회장 선출 논란을 잘 마무리한 뒤 등록 마감을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중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데다 한인들의 왕래도 빈번해 이제 막 주요 대통령 후보가 정해진 만큼 한국의 대선 바람이 이곳까지도 불어닥칠 것"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등록·신고자 수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포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중앙선관위와 국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구성원이 회비·헌금 등을 내는 단체가 그 구성원에게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이나 국외부재자 신고를 위해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선관위 정훈교 재외선거기획관은 "각국에 나가 있는 선거기획관들이 한 달 동안 순회영사 등을 통해 등록·신고를 받고 홍보활동을 펼친다면 등록자가 20만명 선에는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단기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도 가족이 대리등록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공관에서 순회하며 등록을 받고 이메일을 통해서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법사위와 본회의, 국무회의 등의 일정을 감안한다면 이르면 다음달 초에는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마감을 앞두고 등록·신고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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