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민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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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관도 보고, 동포들의 분노도 듣고...




▲ 로스엔젤레스     © 민주회의



 "투표를 더 쉽게 하는 선거법 개정을 하지 못하고 미주한인사회를 방문해서 투표 참여를 많이 하자는 말을 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먼저 죄송함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28일부터 10여 일 동안 한인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주지역 주요도시를 순회했던 김성곤 의원은 동포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꺼냈다.
 
4월 총선 이후 미국과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재외국민 투표 참여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문했다.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들에게 별도의 추가등록 없이 대선에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영주권자들도 유학생들처럼 대리등록이나 우편등록을 허용해 달라는 것과 추가 투표소 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유권자 편의성 중심의 선거법 개정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정치권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 7월 22일 90일 간의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국외부재자신고와 재외선거인 신청)을 시작됐다.
 
재외국민투표 관련 법 개정이 이루지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총선을 위해 유권자 등록을 마친 12만 4천여 명은 대선을 위해 다시 한 번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민주당의 재외동포정책 총괄기구인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 김성곤의원이 미주지역 주요도시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정치권을 대신해서 미안함을 먼저 전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 민주회의



현지에서 만난 미주동포들의 재외국민 선거에 대한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여야 정치권이 말로만 재외국민선거법 개정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국회에서 여야가 이 문제로 머리를 맞대고 만난 흔적이 전혀 없다는데 분노했다.
 
재외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국회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가 실제로 재외국민투표관련법 개정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치현안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12월 대선전에 빠져들어 버린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내면에 숨어있는 진짜 이유는 지난 총선에서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재외국민 숫자가 5만 6천여 명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재외국민 유권자를 우습게 볼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이다.
 



▲   휴스턴  © 민주회의



이번 미주지역 순회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재외국민투표 참여율이 총선 때보다는 4-5배 정도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투표참여자가 30만 명 이상은 되어야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재외국민들의 투표율 높이기는 특정정당이나 특정 대선후보 지지와는 별개의 문제다.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지도자 시절에 복수국적허용(이중국적)과 한인청신설(교민청)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복수국적 허용 속에는 당연히 재외국민 투표권이 포함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임시절 미국 로스엔젤레스 방문에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역설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재외국민투표권 속에는 정파적 손익계산이 포함될 리가 없다.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주창한 것이었다.
 
8월 4일 미주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참여운동 LA본부 발대식이 있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의원과 김성곤의원이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LA지역 팔도향우회 회장들이 대거 참석해 모임에 동참했고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지지정파를 초월해 유권자 등록 운동을 결의한 뜻 깊은 자리였다.




▲  벤쿠버   © 민주회의


이날 대선투표참여 본부 발대식을 준비한 주최 측은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유권자 등록 운동과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은 명백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행사를 진행했다. 올 12월 대선에서의 재외국민들의 투표는 어느 후보나 정당을 지지했는가 하는 투표 성향보다도 투표참여자의 숫자가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특정 정당의 승리나 특정 후보의 당선에 해외 유권자들이 기여해서 정부로부터 재외동포사회가 얻어낼 수 있는 것보다 특정 후보 지지를 초월한 투표참여자 늘리기 재외동포 발전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뉴욕, 토론토,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밴쿠버, 댈러스, 휴스턴, 애틀랜타, 시카코 순서로 이어진 동포들과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었던 공통적인 것 중 하나는 이번 대선은 총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각 공관에 접수된 유권자 등록 숫자가 지난 총선의 같은 시간대비로 볼 때 2-3배 증가한 것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행정편의주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일부 공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지역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애틀랜타 총영사관, 휴스턴 총영사관이 과감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애틀랜타의 경우 등록은 총영사관에서 받지만(국외부재자 신고는 순회영사를 통해서도 받는다), 투표는 총영사관이 아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장소와 한인들의 접근성이 편리한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총선에서도 투표소를 총영사관이 아닌 한인회관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특별한 예산증액 없이 순조롭게 마친바 있다.




▲  벤쿠버   © 민주회의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는 한인거주자가 많은 산호세에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산호세 투표소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투표기간인 6일 동안 매일 매일 투표용지를 봉인해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금고에 보관하는 복잡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좀 더 복잡하고 어렵지만 투표율 제고를 위해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을 찾아가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한 결정은 타 지역 공관이 충분하게 본받아야 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투표소는 반드시 공관에서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에게 샌프란시스코와 애틀랜타 지역 사례를 꼭 전해주고 싶다.
 
또 다른 사례 하나를 추가하자. 유권자 등록은 반드시 공관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는 사례가 휴스턴지역이다. 휴스턴에서는 한인회관에서 유권자 등록도 하고 투표도 한다. 공관이 아닌 한인회관에서 유권자등록(영주권자 포함)도 받고 투표도 하는 유일한 곳이 휴스턴이다. 아마도 전 세계 160여개 공관 선관위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 곳이 휴스턴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휴스턴이 갖고 있는 아픔도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 관할지역인 댈러스 때문이다. 자동차로 휴스턴에서 5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댈러스 거주 한인 숫자가 휴스턴 보다 3배가 넘는다. 그러나 댈러스에는 투표소가 없다. 총영사관 출장소만 있어도 댈러스에 선관위도 만들 수 있고 접수와 투표도 할 수 있을 텐데 공관출장소도 없기 때문에 댈러스 거주 한인들이 열 받아있었다.
 
한인이 1만 명 이상 된 곳은 의무적으로 최소한 출장소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댈러스에서 해봤다. 그러나 댈러스 문제도 중앙선관위가 열린 자세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해법이 존재할 수 있다. 현행 선거규정을 열린 자세로 유권해석 하는 것이 그것이다. 투표 기간 6일 중 휴스턴에서 3일 동안 투표하고 문을 닫고, 다시 댈러스에서 3일 동안 투표하는 이동투표소 운영이다. 이것은 순회투표소하고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1공관 1투표소 원칙을 지키면서 기존 투표소 문 닫고 새로운 투표소를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재외국민투표참여자가 예상보다 크게 적다면서 재외국민 투표법 자체를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었다. 중앙선관위와 정치권이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에 생겨난 재외국민투표의 참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  로스엔젤레스 한인회관    ©민주회의



미주동포들은 참정권을 계기로 본국 정부에 주문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동포들의 조국에 대한 바람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조국사랑에는 시민권이 장애가 될 수 없는 것 같다.6.25참전용사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경우 고국 국립묘지에 묻히는 자격을 왜 박탈하는가,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국가유공자증을 안주고 왜 참전증만 주는가 에서부터 한국에서 군대를 완전하게 마친 시민권자가 한국국적 회복을 원할 경우 한국국적을 회복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까지 다양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2세들의 병역문제 건도 가는 곳마다 한글교육지원과 함께 등장하는 단골메뉴였다.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이 대한민국과 해외 한인사회가 더욱 가까워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정부는 이제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까지 잘 챙겨야 하는 나라살림을 하게 됐다. 이게 다 국력 아닌가 싶다. 이제는 해외유권자들의 투표참여율이 한국 정치권을 놀라게 해줄 차례가 오고 있다.이번에 30만명 넘는 수가 참여했으면 싶다.
 
정광일 /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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