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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 실효성 제기 '부당'

한국의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재외선거 선거권자 등록이 끝나자 한국의 정치인·선거관리위원회·언론들은 재외선거권자 등록율을 도마 위에 얹어놓고 “실효성”이란 잣대를 내세워 난도질 하고 있다. 재외유권자 223만3천여명 중 12만4천350명이 등록, 등록률이 5.5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조는 ‘4월 재외선거를 위한 중앙선관위의 예산이 213억여원인데, 등록자 12만4천350명이 모두 투표를 한다 해도 1표당 투표 비용은 약 23만원에 달한다. 내국인 투표비용은 17대 대선 3,870원, 18대 총선 8,427원이었다. 재외선거를 둘러싼 ‘고비용·저효율’ 문제, 실효성 문제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동포문제를 연구한다는 한 인사는 “투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재외선거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사리에 맞지 않는, 불쾌한 지적이다. 재외선거권자들이 너도 나도 참여하여 한국에서처럼 30%~50%의 참여율을 보였으면 좋았겠지만, 재외선거법과 제도 자체가 애초부터 실효성이 없는 것이었다. 그 실효성 없는 법과 제도하에서 실시한 등록 절차는 태생적으로 실효성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한국은 유권자등록제도가 없지만 재외국민들은 선거에 참여 하려면 사전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그것도 선거때마다 번번이 새로 해야 한다. 한국은 인구 7,000명 당 투표소가 한 곳씩 있지만, 미국은 남한 면적의 90배나 되는 곳에 영주권자를 위한 등록소와 투표소가 12개 공관뿐이다. 공관과 먼 거리에 살 경우 자동차로 7~8 시간을 운전하고 가야 한다. 이는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 서울 가서 투표하라는 것보다 2배나 더 돈과 시간이 든다. 중국, 호주 캐나다… 다 마찬가지다. 게다가 아예 공관이 설치돼 있지 않은 동포 거주국도 67개국이나 된다. 이들은 한국 공관이 있는 이웃 나라 입국비자를 발급받아 비행기 타고 가야만 한다.

땅이 넓으면 비용도 많이들기 마련이다. 이런 어려운 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단순하게 ‘예산#참여자=1인당 얼마’라는 등식으로 경비를 비교하는 것은 논리도 통계도 아닌 잡설(雜說)에 불과하다. 돈 많이든다고 재외선거 “실효성”, 심지어 “무용론”을 제기한 정치인과 언론에게 묻는다. “당신 같으면 이런 여건 하에서 등록하고 투표하겠느냐”고.
재외선거권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등록처 증설, 우편·인터넷 등록 등 보다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요청했다.그러나 정치권과 정부는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선거 제도를 만들고 끝까지 고집한 당사자는 한국의 정부, 정치인들이다. 따라서 재외선거권자 등록이 저조한 것에 대한 원초적 책임은 정치인들과 정부가 져야 한다. 백번 양보하여 재외국민들과 반반씩 져야 한다.

그런데도 실효성, 무용론 하며 재외국민선거 자체를 흔드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남에게 덮어쒸우는 못된 정치적 구태(舊態)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이런 의식으로는 ‘선진 한국’을 이룰 수 없다. 정치인들은 “실효성” 운운 하는 대신 이번 등록율 저조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지 실정을 더 공부하여 제대로 된 재외국민 선거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뉴욕일보 2012년 2월 1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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